[Net Zero분석 ③] 2050 탄소중립 달성의 필수조건은?

화석연료 대신 청정에너지 투자
청정에너지 전환, 대기오염·건강 편익기대
에너지안보 이슈 부각

이호선 기자 승인 2021.09.26 08:00 의견 0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각 국가들이 탄소중립(Net Zero)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탄소배출량을 최대한 줄이고, 남아있는 탄소는 흡수해 순배출량을 0으로 맞추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2050년까지 생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흡수 및 제거해 배출량을 0이 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국내에서도 탄소중립 로드맵 발표 및 각 지방정부에서도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IEA가 제시하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의 필수조건에 대한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본지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과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화석연료 대신 청정에너지 투자

IEA 탄소중립 경로에서는 2021년까지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 외에는 승인된 신규 석유・가스전 개발은 없으며 신규 탄광・광산 확장도 불필요하다. 기후변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으로 인해 화석연료 수요의 급격한 감소가 예상되므로 석유 및 가스 사업자들은 사업의 초점을 기존 자산 운영에서 수급 균형 및 탄소배출 저감으로 전환해야 한다. CCUS 등이 적용되지 않은 석탄의 수요는 90% 줄어 2050년에는 전체 에너지 수요의 1%만을 차지하며 가스 수요는 55% 감소해 1750Bcm, 석유 수요는 2020년 9000만b/d에서 2400만b/d로 75% 감소할 전망이다.

투자를 확대해야 할 주요 분야는 에너지시스템 전환과 관련된 청정에너지 발전, 네트워크 인프라, 최종소비 부문 등이다. IEA 탄소중립 경로에서 송배전망에 대한 투자는 현재의 연간 2600억 달러에서 2030년에 8200억 달러로 늘어나야 한다. 전기차 공공 충전소는 현재의 약 100만기에서 2030년까지 4000만기로 늘어나야 하는데 소요되는 연간 투자비는 2030년에 9000억 달러 수준이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은 현재의 연간 160GWh에서 2030년에 6600GWh로 늘어날 필요가 있는데 이는 향후 10년간 매년 35GWh 규모 ‘기가팩토리’ 설비가 20개씩 추가되는 것과 같다.

또한, 2030년까지 탄소포집・활용・저장 및 수소 기술 상용화를 위해 CO₂ 수송 파이프라인 및 수소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현재의 연간 10억 달러 수준에서 2030년에 약 400억 달러로 증가시켜야 할 것이다.

전례 없을 청정에너지 투자 확대는 신흥경제국 시장이 신규 비즈니스모델을 발굴하고 민간 소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 국제 공공자금 지원은 특히 개발도상국의 에너지전환에 필수적이긴 하나 민간부문이 추가 소요자금의 대부분을 지원하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개발자, 투자자, 공공금융기관과 정부 간의 보다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청정에너지 전환의 성공 및 가격 적정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므로 주로 공적자금에 의존하는 많은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은 정책 및 규제 프레임워크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현존 청정에너지 기술뿐만 아니라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은 신기술의 개발에도 국제 자본이 기여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청정에너지 전환, 대기오염·건강 편익기대

IEA와 IMF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전체 에너지 투자는 2030년에 연간 5조 달러 규모로 급증하며 연간 0.4%P의 세계 GDP 성장에 기여한다. 2030년까지 청정에너지 및 관련 인프라에 대한 투자 규모가 3배 이상 증가하는 전대미문의 상황은 전 세계가 코로나19 영향으로부터 회복하는 단계에서 상당한 경제적 이점을 제공한다. 민간 및 공공 지출은 에너지효율, 엔지니어링, 제조업, 건설업 등에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이로 인해 2030년에 전 세계 GDP가 현 추세 대비 4% 증가할 것이다.

정부는 투자 주도의 성장을 보장하고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 투자 및 공공정책은 민간 자본 유치를 위해 필요하며 많은 국가가 직면하게 될 화석연료부문 축소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청정에너지의 도입을 위한 혁신 활동은 생산성 향상과 신산업 창출을 통해 일자리가 사라질 기존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청정에너지 전환으로 인한 대기오염 개선으로 건강 관련 편익이 기대된다. IEA 탄소중립 경로에 따르면 2030년에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이 200만건 감소한다. 또한 2030년까지 보편적 에너지 접근성 목표를 달성하면 개발도상국의 복지와 생산력을 크게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에너지안보 이슈 부각

IEA가 제시한 탄소중립 경로에서 신규 석유 및 가스전은 불필요하므로 이런 경우 해당 연료를 생산하는 국가 및 기업은 막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또한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은 점차 더 소규모 저비용 생산자에 집중되게 되는데 석유의 경우 세계 석유 공급에서 OPEC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의 37%에서 2050년에는 역사상 가장 높은 비중인 52%로 증가할 것이다.

한편,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이 해당 연료로부터 거둬들이는 연간 1인당 소득은 최근 몇 년간의 수치인 1800 달러에서 75% 줄어 2030년에는 450 달러가 될 전망이며 이로 인해 사회적인 측면에서 도미노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들 국가들에서는 석유 및 가스 수출 감소를 어느 정도 상쇄하기 위해 구조적 개혁 및 신규 수입원 발굴이 필요한데 석유 및 천연가스 산업계가 보유한 전문성은 배출량 감축이 가장 어려운 부문에서 필요로 하는 수소, 탄소 포집・활용・저장, 풍력에너지 등의 기술과 잘 부합될 수 있다.

에너지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핵심 광물자원이 상당량 필요하므로 이 분야의 높은 성장 가능성과 함께 새로운 에너지안보 이슈가 부각될 것이다. IEA 탄소제로 경로에서 구리, 코발트, 망간, 각종 희토류 등 핵심 광물자원의 전체 시장 규모는 2020년에서 2030년 사이 7배가량 커지며 이러한 광물로부터 얻는 수익은 2030년이 되기 훨씬 전에 석탄 수입을 능가하게 될 것이다. 이는 관련 업계에 상당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나 공급이 급증하는 수요를 따라 잡지 못하면 가격 불안정성, 전환을 위한 추가 비용 등의 새로운 에너지안보 문제도 떠오르게 될 것이다.

전 분야에 걸쳐 전력화가 빠르게 일어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전력이 에너지안보에서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전력계통의 유연성은 풍력 및 태양 에너지의 변동성 문제 대응을 위해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IEA 탄소중립 경로에 따르면 기존에 유연성 공급을 담당했던

화석연료 설비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유연성 자원은 2050년에 현재보다 4배로 증가할 것이다.

이는 더욱 스마트하고 디지털화된 전력망과 연계된 배터리, 수요반응 및 저탄소 유연성 자원 등의 대대적인 확대를 필요로 할 것이다. 또한, 전력시스템은 사이버공격을 포함한 새로운 위협에 대한 회복력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적정한 가격에 전력 및 에너지 관련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에너지안보의 초점은 재생에너지 전력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고 석유와 천연가스의 역할이 감소함에 따라 바뀌고 있다. 전력 안보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변동성 문제와 사이버공격 위험이 잠재적인 취약점으로 부상하고 있으므로 정부는 전력 공급의 신뢰성 및 적정성을 달성하고 유연성을 제공하는 배터리, 디지털 솔루션, 전력망 등에 투자할 수 있는 시장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청정에너지 기술에 필요한 핵심 광물자원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짐에 따라 적시에 해당 자원의 가용성 및 지속가능한 공급을 보장하는 새로운 국제 메커니즘이 필요할 것이다. 석유 생산의 지역 편중이 더욱 심해짐에 따라 기존의 에너지안보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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