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그룹 기후위기 대응 ‘낙제’ 수준” 그 이유는?

그린피스, 10대 그룹 100개사 설문조사
재생에너지 목표 연도 제시 25곳 불과… 21개사, 2050년 재생에너지 100% 달성
국내 기업 재생에너지 100% 달성 평균 2048년… 글로벌 기업 대비 20여년 뒤처져
SK·삼성, C+로 국내 그룹 중 ‘최고점’… 롯데 등 6개 그룹 F로 낙제점

이호선 기자 승인 2021.07.12 17:58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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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 미 서부 캘리포니아 대형 산불이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이크카운티에서 소방관들이 불길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다. (사진=AP통신 )


국내 10대 그룹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낙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총수들이 직접 나서서 탄소중립이나 ESG경영을 내세우며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강조했지만 온실가스 감축 노력은 해외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한참 뒤떨어진다는 진단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에메랄드홀에서 국내 10대 그룹과 이들 그룹 총수의 ‘기후위기 대응 리더십 성적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촉구하는 ‘RE에너자이즈' 캠페인의 시작을 알렸다.

보고서에서 그린피스는 국내 10대 그룹 상위 100개사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전력량이 우리나라 전체 20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력량 대비 1.2배 많고 전력 소비 과정에서 상당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내 10대 그룹사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공개된 성적표에 따르면 그룹 총수 차원에서의 대외적인 메시지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그룹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내부 이행계획이나 목표 등이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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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그린피스)


10대 그룹 100개 계열사 중 44곳만이 이번 설문에 응답했으며 그중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목표연도와 이행계획을 보유한 곳은 25곳에 그쳤다.

그룹 차원에서는 SK와 삼성의 경우 전 계열사가 설문에 응답했고 100%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으나 목표 연도를 수립하지 않거나 이행 연도가 늦은 계열사들이 많아 C+를 받았다. 국내 그룹 중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다.

그러나 롯데, 한화, GS, 현대중공업, 농협 등 대다수의 그룹에서는 계열사 전체가 설문에 참여하지 않거나 외부에 공개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답변하여 최하점인 F에 머물렀다. 절반 상당의 계열사에서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 및 이행 연도를 응답한 LG와 포스코의 경우 D에 해당했다.

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위한 목표 연도와 관련, 구체적인 연도를 특정한 25개사 중 21개사에서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그밖에 삼성물산(2030), 삼성SDS(2045), 엘지이노텍(2030), 농협은행(2040) 등 4개사에서 2050년보다 앞선 연도를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로 제시했다. 전체 응답 기업의 평균 재생에너지 100% 달성연도는 2048년으로 집계됐다.

그린피스는 이에 대해 주요 글로벌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사용 목표 연도 대비 20년 이상 뒤쳐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최대 2050년까지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기업의 자발적 캠페인 RE100에 가입한 곳은 지난 6월 기준 317곳이며 이들 기업의 재생에너지 100% 달성 목표 연도는 평균 2028년이다.

애플, 구글 등을 포함해 이미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곳도 53곳에 달한다.

현재 국내 기업 중 글로벌 RE100 이니셔티브에 가입한 기업은 SK 6개사(SK하이닉스, SK텔레콤, SK홀딩스,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C) 및 LG 에너지솔루션, 아모레퍼시픽까지 8개사에 그친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안인 만큼 재생에너지 현황 및 목표 수준을 각 그룹의 기후위기 대응 정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 봤다”며 “주요 10대 그룹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규모에 더해 이들 그룹사가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을 감안할 때 주요 그룹사 차원에서부터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자체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을 넘어 협력사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고 유럽연합에서는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하고 관련 법안 초안 공개를 앞두고 있는 등 탄소 과배출 기업들이 더는 살아남기 어려운 글로벌 경제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업 생존 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인 만큼 정부와 차기 대권주자들까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지난 4월 12일부터 5월 7일까지 10대 그룹 100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현황 ▲사용 전력의 100%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 ▲구체적인 이행방안 등을 묻는 설문을 진행하고 계열사 별 응답을 취합해 점수를 매겼다. 국내 10대 그룹 주요 계열사의 재생에너지 현황 및 장단기 목표를 파악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국내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촉구하는 이번 RE에너자이즈 캠페인은 2019년 호주 그린피스에서 시작했던 캠페인의 한국판이다. 호주 그린피스에서는 지난 2019년 호주 내 전력 다소비 기업 54곳을 대상으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촉구하는 리에너자이즈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14곳에서 평균 2025년까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국내 캠페인은 기후대응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조직인 기후미디어허브와 함께 진행하며 그린피스는 이번 국내 10대 그룹의 변화를 촉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내 산업 부분의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 확대를 견인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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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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